공황장애를 이겨내면서 느끼는 점
2016년에 처음으로 공황 증세가 온 이후로
현재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탄에서도 얘기했듯이 정말 혼자서 이런저런 많은 것들을 했었다.
병원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갔으며,
병원에서는 '광장공포증을 동반한 공황장애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때는 가장 심했던 게 구역질 할 것 같고 토할 것 같은 증상. 미칠 것 같은 증상. 얼굴이 마비될 것 같은 증상. 이었다.
다행히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으나 '일어날 것 같다'라고 느껴지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특히,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특정 장소나 특정 상황 등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예기불안이라고 그 상황에 노출되기 전부터 이미 몸이 반응하는 거다. 두려워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약도 꾸준히 복용하고(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운동도 병행하면서 정말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은 약도 안 먹고 정말 소개팅에, 상견례에, 결혼식까지 다~~~ 불안 투성이었으나 별 탈 없이 잘 지나간 걸 보면 참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ㅎㅎ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한다.
'참 괜찮아져서 다행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내가 많이 괜찮아진걸까?' 라고.
그래서 내가 느끼는 거는 어쨌든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에 노출을 해야 된다라는 거다.
말이야 쉽지. 노출이 안 되니까 그렇지, 누군 그 상황에 노출하기 싫어서 안하나?
그렇다.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게 미용실 가기 였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긴장이 된다.
미용실 가서 머리카락 묻지 말라고 목에다 천을 대는데 나는 그걸 대면은 답답하고 토할 것 같고 그런 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진짜 아직까지도 살짝 불안이 올라오는 걸 보면 진짜 제일 심했을 때는 머리자르러 가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가야지 가야지 마음 먹다가도 막상 미용실 가면은 너무 힘들었기에 노출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슬프고 그랬다.
사람들과 1:1로 무언 가를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특히 이야기를 한다거나 1:1로 밥을 먹는 것 등등.
1:1이면 그 사람은 나만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한다는 부담감 + 내가 공황증세가 나타나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더 힘이 들었다.
이외에도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들이 많다. 버스나 지하철, 교회에서 예배 드릴 때, 혹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얘기를 해야 될 때 등등.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다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도 그나마 힘든 건 미용실이지만ㅎㅎㅎㅎ)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것들은,
1. 혼자서 그 상황을 만들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연습을 했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 가서 천으로 목을 두를 때 토할 것 같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에 집에서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서 노출을 했다. 목에 천을 세게 두르거나, 아니면 목을 조이는 셔츠 등을 입어서 실제로 미용실에 갔을 때는 이보다 압력이 약하도록 해서 적응이 되도록.
사람들과 말하는 것도 여러 명이서 얘기를 하다가 조금씩 두 세명, 그리고 1:1로 이야기 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식으로 하려고 했다. 지하철도 짧게나마 타려고 했고, 조금씩 조금씩 성취할 때마다 그 성취감을 느끼려고 했다. '그래 조금씩 늘려보자'라는 생각으로.
2. 물론, 생각을 계속 바꾸려고 노력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서 내가 잘못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바꾸려고 했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목에 천을 둘러서 답답하고 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미용실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제가 좀 답답해서 그러는데 이 가운을 좀 느슨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얘기 했더니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 정도면 괜찮으시냐고 오히려 더 세심하게 해주었다.
내가 정말 불편하다고 느낄 때는 직원이 '이게 최대인데 그래도 답답하세요?'라고 물을 정도까지 느슨하게 해달라고 했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공황에 매몰된 채 시야를 넓히지 못했던 부분들을 의사쌤과 상담하면서 시야를 트게 해주셨는데 그런 것들을 적용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타인의 시선에 내가 너무 신경을 쓰고 있구나. 내가 구역질을 하던 뭘 하던 내가 남들에게 피해주는 거 아니니 신경쓰지 말자'라는 쪽으로 점점 가치관도 바뀌게 되었다.
3.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노출을 하려고 했다.
물론 힘이 들었다. 마주하기 싫었으나 어쨌든 이겨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조금씩이라도 나 스스로가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노출을 하려고 했다. 무조건적으로 노출을 한 게 아니라 연습을 하고 준비가 되었을 때 상황에 노출을 하려고 했다.
4. 시간이 약이다. 물론 여러가지 훈련과 연습도 병행이 되어서 마음 근육이 조금씩 단단해 져야 된다.
나도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남들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먼저 보살피려고 노력한다.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돌보고 관심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 물론, 지금은 호흡법이나 근육이완훈련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안구훈련도ㅠㅠ
운동이나 명상(나는 교회를 다니기에 성경 말씀 읽기나 짧은 성경 필사를 한다)을 통해서 마음도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ㅎㅎㅎ)
다음 번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공황장애 치료에 내가 느끼기에 가장 좋았던 부분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공황장애로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께, 나의 이 중구난방의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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