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발작이 처음 일어난 지도 벌써 8년차...
2014년에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겪었다.
그 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학교를 다니며, 그리고 연애를 하며 겪었던 엄청난 스트레스와 더불어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그 시험의 압박이 겹쳐져서 한 꺼번에 터지게 된 것 같다. (이 중에 제일 큰 압박은 "을"의 연애로 인한 스트레스...)
그 당시에는 "미쳐버릴 것 같은 증상"과 "얼굴이 마비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때는 "어? 몸이 평소랑 다르게 왜 이러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증상은 갈 수록 심해지게 되고, 병원을 가도 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왜 그러냐고 했다.
(심지어 의사는 '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음.. 우리 동네에서 꽤 큰 병원인데 그 이후로 그 병원은 절대 가지 않음..)
그렇게 공황인지도 모르고 3년여 정도를 지내면서 증상이 더 악화되었다.
증상이 너무 심해서 버스도 못타고, 지하철도 못타고, 심지어 교회 가서 예배 드리기도 힘들 정도..
남들과 1:1로 밥을 먹거나 이야기 하기도 힘들고 부담될 지경에 이르렀다.
공황 관련 카페도 가입하고, 공황 관련 책도 찾아 읽어보며 서서히 내가 공황이라는 걸 인정하게 됨.
3년이 지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근데 공황 증세는 더 심해지니 일상 생활이 힘든 지경에 다다르게 되자, "어? 진짜 내가 공황장애인가? 에이 설마.."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정신적으로 아픔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게 됐다.
하지만, 공황 관련 네이버 카페와 다음 카페를 가입하고, 나의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공황 관련 책들을 서점에 가서 구입해서 읽으며 점점 내가 공황 장애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극복 후기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치료법을 책 등에서 찾아보며,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노출도 해보려고 해도 혼자서 하려니 "이게 과연 맞는 치료행동인가?"싶기도 하고, 증세는 점점 나아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찾아가게 된 정신과 병원
일단 병원들을 찾아보며, 멀리 있더라도 유명하고 제대로 치료하는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인터넷, 책 등을 찾아보며 유명한 곳을 세 군데 정도 찾아보고, 그곳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결국, 두 군데로 압축이 되었는데, 문제는 "비용"
공황장애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데, 인지행동치료비용이 너무 부담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250만원 정도 하는 곳도 있고, 300만원 가까이 하는 곳도 있고..)
그래서 가격이 그나마 좀 저렴하지만, 믿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치료를 받기로 하고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부어서 그곳으로 치료를 받으러 갔다.
강남에 있는 병원이었는데,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많았고, 내부는 굉장히 차분했다.
병원에서 어땠는지는 다음 번에 자세하게 써보도록 하겠다ㅎㅎ
결과적으로 나는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우울증이 다 겪고 있다고 의사쌤이 말해주셨다.
(생각보다 증세가 심하다고 해서 놀랐음ㅠㅠ)
그곳에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2년간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를 했다.
사실 치료의 효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증세가 많이 호전되었다.
소개팅을 할 때도, 결혼식을 할 때도, 공황증세가 오면 어쩌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무사히 지나갔다ㅎㅎㅎ
(이에 대한 썰은 다음에 마찬가지로 써봐야지ㅎㅎ)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것이 사람들과 1:1 대화, 밥먹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기, 미용실 가기가 제일 어려웠다.
(아직도 미용실 갈 때는 약~~~간 불편하긴 하다.ㅋㅋㅋ)
공황장애를 통해 깨닫게 된 나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
나는 약도 안 먹고 있고(약은 끊은지 3년 정도 되는 듯 하다), 일상생활에도 문제 없이 잘 하며 극복했다.
사실, 아직도 나는 극복 중이라고 생각한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가장 중요하게 깨닫게 된 것은
첫째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인가 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깨닫게 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그 전에는 항상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예를 들어,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야 하고 두루두루 사귀어야 하며, 항상 나서야 하고, 타인을 즐겁게 해주고, 타인의 실수는 괜찮아해도 정작 나의 실수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후회를 많이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등)
대학? 흔히 말하는 서울 소재 상위 대학을 못 나와도 좋고, 연봉? 적어도 괜찮다. 남들은 멋진 차를 타고 다니고, 좋은 집에 살아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주어진 나의 것에 감사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소중하게 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 관계에 너무 피로감을 받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더 시간을 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의 범위가 줄어들게 되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다.
행복이라는 관점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인생에 대한 감사도 늘기 시작했다. (물론, 불평불만도 많지만 다시금 그 안에서 감사를 찾으려고 애쓴다ㅎㅎ)
인생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는 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공황장애를 통해서 또 알게 된 것은
둘째, 고난 가운데에서도 축복이 함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고 나서 참 깨닫게 되었다. 고난이 있어도 그 가운데에서 성장과 성숙이 있다는 것.
공황을 통해 타인의 마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교회에서도 밖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황 선배(?)로써 위로해 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공황을 겪어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공황이 있단 이야기는 "여러분들의 마음이 착하다"라는 얘기이다. 타인의 마음을 신경쓰고 이해하려고 하고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다보니 오히려 피해자인 여러분들이 마음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렇다. 그리고 얼마든지 시간이 지나면 극복이 가능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각 개인에게 달려있다. 그러니 그 가운데에서도 힘들더라도 인생의 교훈을 찾아보려고 애써보자. 그러면 여러분들의 인생에도 고난이 곧 축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번에 또 써봐야지ㅎㅎ
'나의 공황장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황장애 정신과 치료 후기 3탄 - 약물치료편 (0) | 2022.05.30 |
---|---|
수면마취 치과 진료 후기 레알 후기 2탄! (feat. 구역반사ㅜㅜ) (0) | 2022.05.29 |
성인 수면 마취 치과 치료 4차례나 한 레알 후기 1탄! (feat. 구역반사) (0) | 2022.05.28 |
공황장애 정신과 치료 후기 2탄! (인지행동치료편) (0) | 2022.05.27 |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했던 것들 1탄 (feat. 정신과에 가기 전에 스스로 했던 것들) (0) | 2022.05.26 |